2020년 9월 22일

사이비 기자, 밥벌이의 비열함에 대하여

얼마 전 건설공사 업체의 약점을 기사화할 것으로 협박해 금품을 뜯어낸 경북지역 인터넷 기자 5명이 경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2018년부터 2020년 4월까지 약 3년 간 공사 현장을 찾아다녔다. 건설 업체에 흔하게 제기되는 환경오염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그 긴 기간 동안 자기 경비 들여가며 공사 현장을 방문한 셈이다.

의도는 간단하다. 기자에게도 밥벌이의 수단이 필요하다. 예전에는 소위 잘 나간다는 메이저 종이신문은 구독료라는 수입이 있었다. 물론 업체 광고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이 훨씬 높다. 지금도 광고 수입은 기자들 수입의 원천이 되고 있다. 구독료는 줄어들고 광고비에만 의존하는 신문사가 늘면서 이를 따낼 수 있는 형태로 기자의 활동반경이 변질되고 있다.

특히나 지역 신문사는 더 하다. 게다가 인터넷신문사라면 어떻겠는가? 지역 기자는 기사만 쓰지 않는다. 광고비를 받아와야 하는 영업맨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월급을 받지 않는 기자들도 수두룩하다. 대신 광고비를 따오면 신문사와 기자가 일정 비율 나눠 갖는다. 이것이 곧 기자의 월급이다. 신문사로부터 월급을 받는 기자도 있다. 이것도 녹록지 않다. 월급을 받아도 할당량의 광고비를 받아 오지 못하면 월급이 깎인다. 피할 수 없는 구도다. 기자의 월급이 업체의 광고비에서 충당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출발한다. 기자는 광고를 받는 업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는 순간 광고비는 끊긴다. 지역에서 자본금이 크거나 튼실한 업체로부터 광고 계약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면 좋으나 그렇지 못한 경우에 문제는 커진다. 업체가 원해서 광고비를 주는 형태가 아닌 기자가 기사로 협박을 해서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기자가 소위 사이비 기자로 전락하는 순간이다.

사이비 기자들은 대게 돈이 목적이다. 이번 경북지역 사이비 기자 색출 사건이 이에 해당한다. 돈이 차후 목적이 되는 경우도 있다. 기자증을 하나의 권력쯤으로 악용하는 기자들에게는 자신의 권력을 키워가는데 걸림돌이라 파악되는 이들을 협박하기도 한다. 사소한 감정싸움에 한 줌도 안 되는 기자 권력을 드러내 보인다. 특정 대상을 집요하게 파헤치고 문제가 될만한 거리를 찾는데 혈안이다. 칼만 안 들었지 영락없는 조폭이다.

사이비 기자들에게 기자윤리강령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기자라는 신분은 원하는 것을 얻는 데 필요한 수단일 뿐이다. 국민의 알권리, 진실을 알리는 데는 관심이 없다. 애초에 그럴 의도로 기자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론직필을 고수하며 공신력을 쌓아 왔던 과업이 기자라는 직업에는 녹아 있다. 사이비 기자들은 기자증 하나만으로 그러한 명성을 얻었다고 착각을 한다. 쓸데없이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이유다. 기자로서의 우월감만 갖고 실체가 없는 형태가 부지기수다.

기사는 거의 보도자료를 Ctrl + C해서 Ctrl + V 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그거라도 쓰면 다행이다. 기자 신분증만 받아 내고 보도국장이 모든 보도자료를 써내는 경우도 있다. 일명 받아쓰기를 하는 보도국장도 있다는 얘기다. 일정 금액을 주고 업체에 맞겨 보도자료 기사를 자동으로 돌리기도 한다.

거의 가짜 기자에 가깝다. 보도자료를 받아쓰기하는 것 자체는 큰 문제가 안 된다. 진짜 기자로서의 인정을 받기 어렵다는 점이 있다. 소위 ‘제대로 된 기자’에 명단을 올릴 수 없다는 얘기다. 허울만 기자인자가 마인드가 좋을 턱이 없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사용해 자신에게 이득을 가져오는 행위를 서슴지 않는다. 협박과 공갈로 무고한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기 때문에 사안이 간단하지가 않다.

사이비 기자가 타깃을 둔 상대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공공기관의 청렴성과 공공행정의 투명성을 무너뜨릴 수 있다. 우려가 아니다. 지방으로 갈수록 공익적 정보의 공유가 불투명하다. 온갖 유착의 문제들은 수면 아래로 묻혀서 일반 시민들은 알 길이 없다. 지역사회 문제들이 기사로서 드러나야 하는데 선택당한 문제들만 기사화가 된다. 지극히 기자의 개인적인 이득이 되는가의 여부에 따른 선택이다. 여기에 협박과 공갈이 더해진다. 단지 기사를 협박의 도구로 사용하는 폐단이 지역을 썩게 만드는 주범이 되고 있다.

지역을 병들게 하는 사이비기자를 어떻게 색출할 것인가? 과제가 남는다. 먼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거액의 금액을 갈취하는 것만이 범죄가 된다고 생각해선 안 된다. 금전적 피해가 없더라도 협박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가 충분하다면 ‘사이비’로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좀 더 넓은 범위에서 범죄 기준을 충족한다는 인식이 지역사회에서 확산되어야 한다.

직접적인 제재도 필요하다.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국가나 정부가 언론을 상대로 제재를 하기는 어렵다. 광역자치단체에서 하나 정도 규모로 언론기관을 중재하고 감시할 단체가 구성되어야 한다. 이를테면 대한변호사협회를 들 수 있겠다. 대한변호사협회와 같이 경상북도에서 사이비 기자 색출 관련 협회를 만들어 문제가 된 기자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리고 사안이 클 경우에는 기자 일을 할 수 없도록 도 차원의 법적 기준과 내부 처벌 체계를 갖추는 과정이 시급하다.

썩은 것을 도려내는 주체가 더 썩고 있는 사회, 정비해야 한다. 아무도 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책무다. 이해관계가 얽혀 정비의 주체를 찾는 게 난제였던 탓이다. 시작이 반이듯이 해결 방안에 대한 모색만으로도 일단 반은 온 셈이다. 오랫동안 누구도 공론화하기 어려웠던 ‘지역 기자’의 문제를 이제부터라도 구체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지금은 지역 언론을 새롭게 정비할 시기다.

권다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