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22일

예안신문

경북 북부지역 뉴스

기고《하회마을 이래도 되는가?》 임재해(안동대명예교수)

사진Jtbc/뉴스룸

[예안신문] 하회마을 답사의 진수는 골목길을 걷는데 있다. 골목길을 걸으면서 담장을 보고 고택을 만나며 전통마을의 문화유산을 체험하는 것이야말로 하회마을 최고의 답사다.

그런데 최근에 이윤창출을 겨냥한 전동차의 상업적 운행으로 걸어서 하는 마을답사를 결정적으로 훼방하고 마을의 전통적인 경관까지 망가뜨리고 있다. 걸어서 답사하려는 사람들을 유인하여 전동차를 타게 할 뿐 아니라, 전동차를 거부하고 골목길을 걷는 사람들을 위험하게 만든다.

전동차들이 흙먼지를 날리며 좁은 골목길을 제멋대로 돌아다닐 뿐 아니라 고택 앞에는 전동차들이 줄을 서서 교통체증을 빚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도시에서도 울리지 않는 전동차의 경적 소리도 요란하다. 전동차를 막무가내로 모는 바람에 주민들은 물론 걷는 사람들과 말다툼도 벌어진다.

사진Jtbc/뉴스룸

전동차의 운행은 하회마을의 전통과 문화적 경관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자, 전동차 운행의 사고로 문화유산을 직접 망가뜨리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도시 마을의 골목길에도 운행하지 않는 전동차를 전통마을에 운행하는 것은 비록 하회마을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마을이 아니라도 충격적인 일이다.

전동차가 좁은 길을 누비고 다니는 자체도 문제적이지만, 상업적 이익을 챙기는 전동차 업자에게 세계유산을 내주는 주민들의 가치관은 더욱 문제적이다. 왜냐하면 하회마을은 세계유산으로 보존되기는커녕 한갓 유원지이자 장터마을이나 다름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마을 안의 가게들을 마을 밖으로 옮겨놓았는데, 이제 전동차가 마을을 온통 점유하고 있다. 전동차의 운행은 마을 안에 가게가 있는 것보다 더 치명적이다. 이제 하회마을은 세계 유일의 전동차 마을로 바뀌었다. 전통문화가 살아 있고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는 문화마을이 아니라 상업적 이익 추구에 골몰하고 있는 상가마을이 된 것이다. 세계적인 망신감이다. 관리사무소나 마을보존회는 왜 있는가? 하회마을, 이래도 되는가 묻고 싶다.